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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지키겠다는 약속 하나로 평생 자신의 삶을 뒤로 미뤄야 했던 덕수. 영화를 보며 가족과 부모님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 영화 후기입니다.

어린 덕수가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은 어린 덕수가 가족들과 함께 피란을 떠나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예고편을 따로 찾아보지 않고 영화를 보는 편이라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모른 채 보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생각보다 무거운 이야기가 펼쳐져서 조금 놀랐습니다. 그냥 오래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가족 영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시작부터 가족이 서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 나오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흥남철수 과정에서 어린 덕수가 동생 막순이를 놓치는 장면에서는 정말 어떻게 되는 건가 싶었습니다. 가족들이 서로 붙어 있으려고 애쓰는 상황에서 순식간에 동생을 잃어버리고, 결국 아버지와도 헤어지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아직 어린아이였던 덕수가 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남았습니다.
아버지가 떠나기 전에 덕수에게 가족을 잘 지켜달라고 부탁하는데, 저는 그 한마디가 덕수의 평생을 결정해버린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때부터 덕수에게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어린 시절 들은 아버지의 부탁을 평생 마음속에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대단해 보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는 덕수가 조금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계속 뒤로 미루다 보면 정작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덕수에게는 아버지와의 약속이 너무 컸던 것 같습니다. 본인이 선택한 것이라기보다 어린 시절 갑자기 짊어지게 된 책임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덕수가 자라면서도 계속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왜 저렇게까지 자신을 희생해야 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오랫동안 한 가지 약속만 생각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특히 전쟁으로 인해 평범했던 가족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이 모두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소에는 가족이 곁에 있는 것을 너무 자연스럽게 생각하지만, 덕수처럼 갑자기 가족과 헤어지게 된다면 그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영화 초반부터 덕수의 인생이 평범하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이미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을 받아들였으니 앞으로도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덕수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궁금해졌고, 자연스럽게 계속 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가족을 위해 계속 떠나야 했습니다
덕수가 성장한 뒤 가족을 위해 독일로 떠나는 부분부터는 또 다른 마음으로 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탄광에서 일하는 장면은 정말 힘들어 보였습니다. 화면으로 보고 있는데도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위험한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일지 상상하게 됐습니다.
저는 덕수가 그렇게 위험한 곳까지 가야 했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가족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일까지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덕수의 입장이었다면 가족을 위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과 무섭다는 마음이 동시에 생겼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덕수는 힘든 상황에서도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것을 먼저 생각합니다. 자신이 고생하는 것보다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 수 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했습니다. 왜 자신의 삶은 계속 뒤로 미루는 걸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독일에서 영자를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덕수가 영자를 만나면서 조금씩 웃는 모습을 보니 저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힘든 일만 하던 덕수에게도 자신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이 결국 결혼하고 가족을 이루는 모습도 따뜻했습니다. 영자는 단순히 덕수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덕수의 힘든 삶을 함께 견디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자가 덕수에게 꽤 중요한 사람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덕수의 인생은 정말 쉴 틈이 없었습니다. 독일에서 돌아온 뒤에도 가족을 위해 베트남으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도 위험한 일을 겪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는 정말 덕수에게 왜 계속 이런 일이 생기나 싶었습니다. 한 번 힘든 일을 끝냈으면 이제는 가족들과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또 다른 위험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특히 베트남에서 사고를 당하고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는 저도 긴장했습니다. 덕수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싶어서 화면을 계속 보게 됐습니다. 가족을 위해 떠난 사람이 정작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때 가족들이 덕수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덕수뿐만 아니라 남겨진 가족들도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먼 곳으로 떠나는 사람도 힘들지만,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사람을 기다리는 가족의 마음도 편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가족을 책임진다는 것이 단순히 돈을 벌어주는 것만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덕수는 가족을 위해 계속 움직였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들도 덕수를 걱정하며 기다려야 했습니다. 결국 서로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지만 그만큼 서로에게 걱정과 부담도 남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덕수가 계속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 무조건 멋있게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제는 자신도 조금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살아온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자신의 삶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울컥했던 부분은 덕수가 나이가 든 뒤에도 어린 시절 헤어진 아버지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사람에게도 결국 마음속 깊이 남아 있던 것은 아버지와의 약속이었습니다. 저는 이 모습을 보면서 앞에서 봤던 덕수의 인생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막순이를 찾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 방송에 나가는 장면은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가족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혹시나 가족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방송에 나온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저는 덕수가 막순이를 찾으려고 했던 마음도 이해가 됐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지키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동생을 다시 만나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아무리 오래 흘러도 어린 시절의 기억이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덕수가 자신의 아버지를 찾고 싶어 하는 마음 역시 오래 남았습니다. 어린 시절 헤어진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렸을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적으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마음속에서는 계속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덕수가 집에서 아버지의 사진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울컥했습니다. 평생 가족을 위해 강한 척하면서 살아온 사람이 결국 마음속 깊이 그리워하고 있던 것은 아버지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부모님과 가족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평소에는 가족이 곁에 있는 것이 너무 당연해서 그 소중함을 자주 생각하지 않습니다.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덕수처럼 어느 순간 가족과 헤어지고 다시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어떨까 생각하니 지금 함께 있는 시간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가족에게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해주는 것보다 그냥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국제시장>을 보면서 모든 장면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부분은 감정이 너무 직접적으로 다가와서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덕수가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자기 자신을 뒤로 미루는 것 같아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영화가 끝난 뒤 가장 오래 남은 것은 그런 아쉬움보다 덕수의 인생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가족을 잃을 뻔했던 아이가 아버지와의 약속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계속 뒤로 미뤘습니다. 그 과정에서 힘든 일도 많았고 위험한 순간도 많았지만 결국 덕수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은 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제시장>을 단순히 옛날 시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만 기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족을 위해 살아온 한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도 마음속에 품고 있던 가족에 대한 마음이 오래 남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저도 가족이 곁에 있을 때 조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창한 것을 해줘야 한다는 의미보다는 같이 있는 시간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가족의 존재를 한 번쯤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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