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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 다시 봐도 마음을 울리는 영화 인터스텔라 리뷰.

처음부터 몰입하게 만든 지구의 이상한 모습
처음 인터스텔라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게 정말 우주 영화인가?”였다. 처음부터 우주선이 나오고 별을 찾아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지구에서 시작하는 분위기가 꽤 길었다. 농장에서 살아가는 쿠퍼와 아이들의 모습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조금 심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먼지가 계속 날리고 농작물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영화가 생각보다 조용하게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조금씩 이상한 현상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머피의 방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장면은 처음 볼 때 꽤 신기했다. 단순한 장난이나 착각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이 모든 것이 중요한 단서였다는 걸 알게 되니 앞부분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예고편을 잘 안 보는 편이라 이 영화도 아무 정보 없이 봤는데, 그래서 그런지 쿠퍼가 우주로 떠나는 과정이 더 크게 다가왔다. 가족을 두고 떠나야 하는데 단순히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고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 보는 나까지 마음이 답답했다. 특히 머피가 아빠에게 가지 말라고 하는 장면은 정말 마음이 무거웠다. 쿠퍼는 인류를 위해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머피에게는 그냥 자신을 두고 떠나는 아빠일 뿐이라는 게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처음에는 우주에서 새로운 행성을 찾는 모험이 중심인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고 있으니 가족 이야기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그래서 초반의 조금 느린 전개도 뒤로 갈수록 이해가 됐다. 오히려 처음에 차분하게 가족 이야기를 보여줬기 때문에 쿠퍼가 우주로 떠난 뒤 느끼는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시간이 달라지는 순간 숨도 못 쉬었다
인터스텔라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긴장하면서 봤던 부분은 다른 행성에 내려간 이후였다. 특히 물이 가득한 행성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처음에는 넓고 조용한 바다처럼 보여서 “생각보다 괜찮은 행성인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곳에서는 시간이 엄청나게 다르게 흐른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한 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구에서는 수년이 지나버릴 수 있다는 설정이 너무 무서웠다. 단순히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잠깐 움직이는 동안 가족의 인생이 통째로 지나가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정말 끔찍하게 느껴졌다. 특히 쿠퍼와 브랜든이 서둘러 돌아가려고 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괜히 마음이 급해졌다. 파도가 엄청난 크기로 다가오는 순간에는 “설마 저걸 피할 수 있나?” 싶어서 화면을 계속 보게 됐다. 그런데 이 영화가 무서운 건 단순히 거대한 파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시 우주선으로 돌아와서 지구와 연락을 확인했을 때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이 더 충격적이었다. 쿠퍼가 영상을 하나씩 확인하는데 자녀들이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보는 장면은 정말 씁쓸했다. 특히 아들의 영상을 보면서 쿠퍼가 아무 말도 못 하고 바라보는 모습은 보는 사람까지 멍하게 만든다. 나 같으면 정말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은 몇 분, 몇 시간밖에 안 됐는데 가족에게는 수십 년이 흘렀다는 것이 너무 잔인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우주가 아름답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무섭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우리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시간이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서는 가장 무서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예상하지 못했던 위험이 계속 등장해서 편하게 앉아서 보기 어려웠다. 뭔가 해결될 것 같으면 또 문제가 생기고, 이제 돌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더 큰 문제가 생겨서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결국 가장 오래 남은 것은 가족이었다
인터스텔라를 다 보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우주나 새로운 행성보다 쿠퍼와 머피의 관계였다. 특히 후반부에 쿠퍼가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머피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은 처음 볼 때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책장이 있는 공간처럼 보이는 곳에서 쿠퍼가 과거의 머피에게 신호를 보내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조금씩 앞에서 나왔던 이상한 현상들이 연결되면서 쿠퍼가 머피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정말 소름이 돋았다. 특히 머피가 어릴 때 아빠에게 가지 말라고 했던 그 장면이 나중에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아빠가 자신을 버리고 떠난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딸에게 어떻게든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은 감정이 확 올라왔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면에서는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고 하는 영화보다 훨씬 마음이 아팠다. 이미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고, 쿠퍼가 돌아간다고 해도 예전의 가족을 다시 만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머피 역시 평생 아빠를 기다리면서 원망하고 그리워했지만 결국 아빠가 남긴 메시지를 통해 인류를 구할 방법을 찾아낸다. 그래서 마지막에 쿠퍼와 머피가 다시 만나는 장면은 기대했던 것보다 짧아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기다렸는데 막상 만나는 시간은 너무 짧게 지나가 버린 느낌이었다. 그래도 머피가 늙은 모습으로 쿠퍼를 바라보면서 “아빠가 나를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다시 떠나보내는 분위기는 오래 기억에 남았다. 보통 이런 영화라면 주인공이 가족과 행복하게 재회하면서 끝날 것 같지만, 인터스텔라는 오히려 또 다른 여정을 암시하면서 끝난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이제 쿠퍼는 또 어디로 가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끝났는데도 바로 다른 일을 하기보다는 한동안 장면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러닝타임이 길어서 조금 부담스럽다고 생각했지만, 보고 나서는 오히려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중간에 과학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 편하게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래도 어려운 내용을 전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가족을 위해 떠나는 사람의 마음이나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혼자 조용히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한다면 특히 추천하고 싶다. 주변에 같이 영화를 볼 사람이 있다면 우주 영화나 감동적인 가족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같은 이야기를 꽤 오래 하게 될 것 같다. 결국 인터스텔라는 우주를 보여주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족을 향한 마음은 어떻게든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다시 보고 싶은 영화로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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