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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소리도 못하고 조용히 보내야 하는 슬픔이 전해져 왔습니다." 타인에 의해 생을 마감하고, 냇물에 떠내려 가는 단종 박지훈을 거두어 잘 가라고 보듬어주는 마을 이장 유해진. 나라가 못하도록 막은 일이기에 곡소리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보내야 했던 그 슬픔이 제게 그대로 전해져 왔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입니다. 제 예상과는 다른 내용에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이 영화를 리뷰하려 합니다.

왕과 사는 남자. 유해진의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했다
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줄거리나 예고편 등을 전혀 보지 않고 관람하였습니다. 그저 유해진 배우가 나온다는 것에 선택한 영화였습니다. 그 특유의 재미를 보며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영화였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 저는 제목만으로 추측해보았을 때, 왕은 궁에 있고 왕이 아닌 남자가 궁으로 들어가서 왕과 함께 어떠한 재밌는 케미를 보여주는 스토리를 예상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저는 역사에 깊은 지식이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단종이 주인공으로 나왔을 때도, 그저 힘이 없는 왕이구나 하는 생각만 했을 뿐입니다. 저를 이렇게 슬프게 만들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죠. 왕에게 가는 것이 아닌, 왕이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밖으로 나오는 왕을 연기한 것이 박지훈 배우입니다. 어쩜 그리도 처절함을 연기할 수 있는지, 그 눈망울 만으로도 관객을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유배지에 도착할 때 강을 건너다 물에 빠지는 그 장면은 세상을 포기한 듯한 단종의 심경을 그대로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이후 세상과 단절되어 지내다 마을 주민들의 관심으로 생기를 되찾고 그들을 위하는 사람, 다시 왕이 되어버린 그는 호랑이에 버금가는 진정한 왕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영화에 나온 호랑이는 호랑이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비록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지만 어쩌면 실제와는 다르게 행복한 결말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혼자 본 영화, 소리도 못 내고 눈물만
저는 영화를 혼자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누군가와 같이 봤던 영화가 꽤 흥미로운데, 혼자가 아니어서 집중도가 떨어졌던 적이 있으면 혼자서 다시 보고는 했습니다. 이번 영화는 혼자 봤기 때문에 오롯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처음에는 코미디를 예상하고 보러 갔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많았습니다. 어찌나 감정선을 건드리는 장면이 많은지, 눈물을 흘렸다가 그치면 또 슬프고, 티슈가 부족할 듯 했어요. 만약 집에서 봤다면 소리 내서 울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또 영화는 큰 스크린으로 보는 맛이 있으니까요. 아무튼, 아까도 얘기했지만 저는 이 영화의 결말이 희망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후반에 수양대군의 최측근인 한명회가 단종을 압박하며 죽음에 이르게 할 때까지도, 저는 누군가 단종을 구출하는 것을 바랬습니다. 죽었다고 알려졌으나 사실은 잘 피해 천수를 누리고 자연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단종은 쓸쓸히 강에서 떠내려가는 결말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배지의 이장으로 있던 엄흥도가 그의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도, 몰래 해야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곡소리도 내지 못한 채 그의 시신을 보듬는 모습이 얼굴을 찌푸리며 울음을 참게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장한준 감독의 인터뷰에서 결말을 다른 방향으로 만들지 고민했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의 고민의 종착지가 제가 바랬던 결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의 영화로도 충분히 완성작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도 추천을 많이 했던 영화입니다.
부모님께 추천한 영화
회사에서도 추천을 했지만 특히 이 영화를 보고는 부모님께도 꼭 추천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사극이나 시대물 영화,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라 영화가 끝나고서 바로 추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사극이라는 장르가 드라마로는 비교적 자주 접할 수 있지만, 영화로는 요 근래 잘 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역사를 주제로 해야하는 부분이 있다보니 어떤 특수한 주제가 아니면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기는 어렵다고 생각되기는 합니다.그래서 최근의 사극 작품은 배경은 사극이지만 장르가 공포나 코미디로 넘어가는 작품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대부분 전쟁이 주제이거나, 사극에 특수한 주제를 가미한 영화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은데도 모두를 잡은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추천한 영화여도 취향에 맞지 않으시면 단호하게 재미없었다고 말씀하시는 부모님이셔서 추천을 잘 하지 않는데, 이 영화는 추천해도 될법한 영화라고 느껴서 부모님께 추천했습니다. "사극 영화가 재밌는데 슬프기도 한, 눈물을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로 부모님을 영화관으로 보냈습니다. 비록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셨지만 재밌었다고 하셨으니 저는 만족합니다. (눈물이 꽤 있으신 분인데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하시니 믿어는 드립니다만.. 분명히 눈시울이 붉어지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가족이야기 같은 슬플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은 일부러라도 보지 않는 편입니다. 작정하고 슬픈 장면을 넣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이번 영화는 재미와 감동 그 이상의 것도 담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놓치지 않고 본 것이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