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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다 보고 한동안은 이 영화에서 나오는 음악만을 들었습니다. 지금 들어도 명곡인 음악이 많았던 영화입니다.

스토리도 좋았지만 음악이 미친 영화
저는 음악영화를 좋아합니다. 뮤지컬 영화나 가수들의 전기 영화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영화의 스토리도 좋지만,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이라는 장치가 뒷받침이 된다는 보장이 있다면 빼놓지 않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도 그래서 선택한 영화입니다. 비긴 어게인은 음악 영화라는 것과 헐크로 유명해진 마크 러팔로 배우가 나온다는 것만 알고 갔습니다. 처음에는 가수가 되려는 여자와 재기를 꿈꾸는 프로듀서의 이야기인가보다 하고 관람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어지는 음악들은 그저 평범한 음악이 아니었습니다. 근래에 들었던 어떤 팝송보다 제 귀를 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여자 주인공이 사랑했던 남자 가수가 어딘가 낯익었지만 누군지 몰랐던 저는 이 영화가 참 캐스팅을 잘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호소력 짙은 여성의 목소리로 불리는 음악과 애절하면서도 파워풀한 남성의 목소리로 불리는 음악이 음악 자체의 분위기를 바꿔버린 것 같았습니다. 이 영화의 음악들은 뭔가 간질거리게 만드는 것도 있지만 고양감을 갖게 하는 음악도 있습니다. 정말 모든 곡들이 명곡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와서 검색했더니 남자가 마룬5의 애덤인 것을 알게되니 헛웃음이 나온 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외국인들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긴 하지만, 애덤을 못알아 볼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아무튼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제 플레이리스트에는 비긴 어게인의 음악들로 채워졌습니다. 지금도 간혹 듣고 있는 노래들이 많습니다.
그레타는 어떻게 남자친구의 바람을 알았을까
사실 음악으로는 이 영화를 백점 그 이상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한가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면, 그레타가 남자친구인 데이브가 바람을 폈다는 것을 알아챈 장면입니다. 데이브는 출장을 다녀온 후 그레타에게 노래 'A Higher Place'를 들려줍니다. 그레타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노래를 듣지만 이윽고 표정이 굳어버립니다. 그리고 데이브의 뺨을 칩니다. 아무런 말도 없이요. 데이브는 그레타에게 바람을 폈다고 이실직고를 합니다. 여기 이 장면이 저는 조금 혼란스러웠습니다. 데이브가 들려준 노래를 들을 때 저는 데이브가 바람을 폈지만 그레타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아서 그것을 자신에게 더 상기시키려고 만든 노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레타가 그 노래를 들었을 때 반응이 데이브가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 같았습니다. 노래가 이어지면서 그레타의 얼굴이 굳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유가 감동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제 크나큰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10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레타가 데이브의 뺨을 치기 때문입니다. 여자의 직감이었던 것일까요? 만약 제가 그레타였다면 노래가 너무 좋다고 그를 더욱 응원할 것 같았습니다. 그랬다면 그레타는 데이브와 헤어지지 않고 멋진 음악 커플로 남을 수 있었을까요. 물론 데이브는 영원히 그 비밀을 지킬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레타는 뒤늦게라도 그와 헤어졌을 것 같습니다. 역시 음악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자유로워 보였던 댄과 그레타
이 영화의 음악들은 신기합니다. 대게 저희가 아는 음악은 스튜디오에서 잡음이 없는 상태로 노래만을 깔끔하게 녹음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골목에서, 거리에서, 때로는 높은 빌딩의 옥상에서 음악을 녹음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첫 장면도 그렇습니다. 댄은 시끌벅적한 라이브 카페의 바에서 한 잔을 홀짝이고 있었고, 갓 뉴욕에 온 그레타는 친구 스티브에 못이겨 기타 하나만 들고 노래를 부릅니다. 사람들의 떠들썩한 소리에 잔잔히 깔리던 그레타의 노래. 댄은 그 노래에 자신의 상상으로 온갖 악기들을 덧붙여 새로운 노래를 만듭니다. 이 대목은 제게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무채색같던 그레타의 노래에서 점점 색이 물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바이올린이 합세했을 때는 전율이 일었다고나 할까요. 소름이 돋았던 것 같습니다. 이 노래가 'A Step You Can't Take Back'이라는 곡인데,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악입니다.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영화에서의 그 장면이 저절로 재생되는 것 같습니다. 라이브 카페에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딱 한번 가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가 아닌 태국에 여행을 갔을 때인데요.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약간 어두운 조명에 그다지 정돈되지 않은 분위기. 그리고 누군가 음악을 시작하면 이내 조용히 듣다가 자신들만의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결국 음악은 누군가에게는 메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배경음으로 남기도 합니다. 최근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그때의 라이브 카페가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밴드처럼 여러명이 음악을 연주했다는 것이 차이점이지만 그 분위기가 느껴지면서 이 영화의 첫 장면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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