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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콘크리트 유토피아, 무너진 세상에서 살아남기

커넥트T 2026. 8. 19. 16:52

목차


    온 세상이 무너진다면, 과연 끝까지 살아남고 싶을까요. 장수가 목표가 아닌 저에게는 이들의 목표가 너무 궁금했습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티켓.

    우리 동네가 무너진다면

    잘 살고 있던 우리 동네가 지진으로 다 무너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요 근래 특히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지진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마냥 영화로만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다가올 미래에 들이닥칠 위기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오래 사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솔직히 저는 지금도 장수를 해야겠다는 그렇게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만약 이 영화처럼 지진 사태가 일어나 동네가, 이 지역이 무너진다면, 저는 아등바등 살아남으려 노력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도 전기도 끊어지고, 먹을 것을 마냥 쉽게 구할 수 없어 사람을 먹기도 하는 그런 세상을 굳이 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사는 것은 살아지기 때문이고, 놀 것과 즐길 것이 다양하기 때문인데, 그런 것이 없이 살아남기 급급한 삶이라면 저는 그리 오래 살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을 많이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살기 위해 밖을 돌아다니고 무법자들과 싸우는 것에 힘을 쓰는 것에 의아하면서도 저에게 그런 위기가 닥쳐오지 않아 제가 그 욕망을 깨닫지 못하는 것인지도 궁금했습니다. 사실 이런 주제의 영화나 소설은 자주 등장하는 편입니다. 그런 세상에서 먼치킨처럼 뛰어난 능력으로 살아남는 주인공을 보는 것은 꽤 재밌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런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면 저는 삶의 의욕이 그리 높지 않을 것 같다고 제 자신을 낮춰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금자리의 중요성

    지진으로 대부분의 건물들이 무너진 서울. 그 사이에 우뚝 선 아파트 하나. 그 아파트의 주민들은 세상이 변하면서 갑의 위치에 올라서게 됩니다. 처음에는 집이 없어진 동네 주민들도 아파트에서 살아남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지만 점점 물자가 부족해지고 식량이 줄어들면서 자신들이 살아남기위해 그들을 쫒아내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기적인 것일까요?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제 삶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도 그러리라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명화가 그렇습니다. 남편과 함께 살고 있지만 타인의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이타적인 면이 많은 캐릭터입니다. 반대로 민성은 나, 내 가족과 같이 자신의 바운더리 안에 있는 것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민성은 다른 사람들을 계속 도우려는 마음이 먼저인 명화의 행동이 탐탁치 않습니다. 민성은 자신과 명화를 위해 그나마 안전한 아파트에서 나와 물자를 찾으러 나가는 원정대에도 참여하고, 사람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만약 제가 민성이었다면 어렵게 구한 물자를 다른 사람과 나누려는 명화가 미울 것 같았습니다. 과연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명화같이 행동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오히려 영탁같은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무리에 숨어들어 정의로운 것처럼 행동하고,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 이게 더 현실적인 모습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영탁은 정말 나쁜 사람인가

    작중 영탁 사실 영탁이 아닌 모세범이라는 택시기사로, 서울에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사람을 죽이게 됩니다. 이 워딩만 보면 모세범은 정말 나쁜 사람입니다. 하지만 모세범은 영탁에게 사기를 당한 사람이었습니다. 평생 모으던 돈을 사기당해 모두 날렸는데, 그 당사자가 눈 앞에서 당할 사람이 당했다며 모욕을 당한다면 과연 참을 수 있을까요? 일부러 죽이려고 만난 것도 아닙니다. 영탁에게 사기당한 돈을 받고자 찾아갔을 뿐인데, 모욕을 당해 몸싸움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넘어진 영탁과 분에 차서 더 때렸다가 영탁이 죽은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행동에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참을 수 없을만큼 화가 나게 만든 것은 영탁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영탁은 죽었고, 지진이 일어나 서울은 난장판이 되었고, 모세범은 영탁의 집에 있다가 영탁으로 살아야 자신이 쫒겨나지 않으니 살기 위해 영탁이 되어야 했습니다. 저는 모세범이 영탁인 척 살아가는 것을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원수같은 영탁은 본인에 의해 죽었지만, 영탁의 치매걸린 노모도 보살피고 아파트의 체계 확립에도 앞장서 도왔습니다. 결국 그 끔찍한 일만 아니라면, 모세범은 영탁으로 잘 살아남았을 수도 있습니다. 법도 체계도 다 소용없어진 아포칼립스와도 같은 세상에서 영탁같은 구심점이 있다는 것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자신을 먼저 생각할 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욕심에 의해 그리 오래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마치 짐승과도 같은 삶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미 아파트 밖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사람을 먹기도 했습니다. 그런 마당에 영탁이, 아니 모세범이 그리 나쁜 사람인 것으로 묘사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