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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탈주, 피아노 연주하던 손으로 총을 들다

커넥트T 2026. 8. 12. 16:05

목차


    남한으로 가고 싶은 규남과 그를 쫓는 현상. 영화를 보며 자유를 찾아 떠나는 사람과 자유를 포기한 사람을 생각해 본 영화 탈주 후기입니다.

    탈주 영화 티켓 포토플레이.

    처음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규남

    영화 초반부터 규남이 남한으로 가기 위해 꽤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는 것이 보였습니다. 땅을 파고 지도를 그리면서 탈출할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저는 처음부터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간절한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점 때문에 규남이 남한으로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꽤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역시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병사인 동현이 함께 가고 싶다고 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이게 됩니다.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규남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했을 것 같았습니다. 혼자였다면 조금 더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었을 텐데 갑작스럽게 상황이 바뀌면서 위험한 일이 계속 생겼기 때문입니다.

    특히 귀순희망자를 위한 전화기가 연결되지 않는 장면에서는 저도 긴장했습니다. 전화를 걸었는데 아무 반응이 없으니 혹시 일부러 만들어 놓은 함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전화기를 믿고 기다리는 순간 오히려 누군가가 나타나면 어떡하나 싶었습니다. 영화 속 규남도 계속 쫓기고 있는 상황이라 그 짧은 순간조차 편하게 볼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규남이 어떻게든 남한에 도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다리에 총을 맞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도 계속 앞으로 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위험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규남에게는 남한으로 가는 것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규남이 기어서라도 경계선을 넘어가려고 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계속 쫓아오던 현상이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습니다. 규남이 결국 귀순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제야 조금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는 규남이 대단하다기보다는 정말 절박했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습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이렇게까지 강해진다면 나 역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상황을 겪어본 적은 없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만큼은 규남의 입장에서 계속 생각하게 됐습니다.

    피아노를 치던 현상이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규남이 남한으로 가기를 바라면서도 이상하게 현상에게도 마음이 조금 갔습니다. 보통 이런 영화라면 주인공을 쫓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냥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현상에게는 규남과 다른 방식으로 안타까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현상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고 유학도 갔으며 피아노를 잘 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군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에서 피아노와 관련된 모습이 나올 때 저는 현상이 단순히 규남을 잡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규남은 계속해서 자유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반면 현상은 자신이 가진 지위와 환경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현상이 더 편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현상이 더 답답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이나 지위가 있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상이 유학 시절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설정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 사람이 남자라는 점 때문에 현상에게는 사랑마저 자유롭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그 부분을 아주 길게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래서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과연 그 삶을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규남이 현상에게 피아노를 다시 해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습니다. 규남에게는 별것 아닌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현상에게는 자신이 잊고 있던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말이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좋아했던 피아노, 유학 시절의 생활,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삶을 생각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 장면 때문에 현상이 더 안타까워졌습니다. 규남은 위험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현상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선택하기 어려운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결국 두 사람의 차이는 돈이나 지위보다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느냐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현상이 규남을 쫓고 총을 쏘는 행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서는 현상을 단순히 악역이라고만 생각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지막에 규남이 다친 몸으로 기어서라도 남한으로 가는 모습을 보면서 현상이 끝까지 총을 쏘지 않았던 것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 순간 현상 역시 자신이 선택하지 못했던 삶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자유를 찾아간 규남에게 남은 것

    규남이 결국 남한으로 가게 되면서 영화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마무리됩니다. 저는 처음에는 규남이 무사히 남한에 도착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그다음에는 어떻게 살아갈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도망치는 것과 새로운 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또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나온 규남이 동현의 가족을 찾아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동현은 규남과 함께 남한으로 가고 싶어 했던 사람이었고, 결국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꽤 안타까웠습니다. 동현에게는 남한에 있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만나고 싶은 이유가 분명히 있었는데 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동현이 마지막에 어머니에게 전해달라며 목걸이를 규남에게 건네는 장면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규남이 남한에 도착해서 그 목걸이를 가족에게 전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가족들은 동현이 잘 지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규남이 동현의 죽음을 가족에게 알려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규남이 어떤 선택을 했든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직접 동현의 마지막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족에게 너무 큰 충격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진실을 모른 채 기다리게 하는 것도 마음 아픈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이 부분은 조금 생각하게 됐습니다. 나라면 동현의 가족에게 어떻게 이야기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화에서는 규남이 목걸이를 전해주는 모습이 중심이었지만 저는 오히려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가족들이 동현의 소식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규남은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규남이 자신이 좋아하던 라디오를 듣고 자신이 보낸 사연이 소개되는 것을 알게 되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도망쳐 온 사람으로만 보였던 규남이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대출 승인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에서는 저도 조금 웃게 됐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규남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단순히 남한에 도착하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접 선택하고 실패하더라도 해볼 수 있는 삶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밝아진 규남의 표정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단순히 북한군을 피해 남한으로 탈출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니 규남과 현상이 서로 전혀 다른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한 사람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유를 찾아갔고,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리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에는 '규남은 자유를 찾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한에 도착했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는 규남에게 새로운 시작이 생겼다고 느꼈습니다. 실패하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했던 규남이 앞으로는 조금 덜 실패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